[진성진 변호사] 무죄추정의 원칙

[진성진 변호사] 무죄추정의 원칙

[진성진 변호사] 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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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의 경우
외과의사인 남편이 치과의사인 처와 1살짜리 딸을 처의 병원 개업식날 새벽에 목졸라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되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범행을 극구 부인하였으나 처의 불륜관계 등 범행의 동기가 있고, 기타 의심스러운 여러 정황이 있을 뿐 아니라 남편이 아닌 제3자의 범행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는 무시되었다. 피고인인 남편은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위 고등법원의 무죄판결은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결국 남편인 피고인은 사건 발생 7년9개월만에 무죄확정판결을 받게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3자에 의하여 처자가 살해된 바로 그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까지 선고받았을 뿐 아니라 10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여전히 처가식구 들로부터는 진범으로 지목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사건을 놓고 위 1심판결과 상급심 판결 주문이 사형과 무죄라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평가의 차이에 기인한다. 1심판결은 검찰이 제출한 수많은 증거 모두를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나아가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진범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위 1심판결은 대법원의 무죄확정판결로 오심으로 볼 수밖에 없게되었다. 그렇다면 1심판결의 잘못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판결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인권보장을 위한 헌법상의 제1의 원칙이다
헌법 27조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아직 공소의 제기가 없는 피의자는 물론이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까지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은 다만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기본자세와 판결의 기본방향을 규정하는 원칙일 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원칙이기도 하다.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판결이전의 절차에서는 물론 판결 자체와 판결형성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할 원칙이다. 이 원칙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원칙이 파생된다.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흔히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알리바이를 대라’ 고 추궁한다. 알리바이는 ‘용의자가 범행시각에 범행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현장부재증명을 말한다. 물론 용의자가 알리바이를 대서 인정되면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용의자가 알리바이를 대지 못한다고 해서 그 용의자가 범인으로 단정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는 것이지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입증책임이 의심을 받는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특히 형사사건의 범죄사실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즉 누구든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고 그 논리적 귀결로 유죄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즉 피고인이 그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소를 제기하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목격자가 없는 살인 사건과 같이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에 있어서는 ①검찰이 제출한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여러 가지 간접사실 내지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가, ②그리고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가능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됨으로써 최종적으로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가, 의 두 가지 점이 해결되어야만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위 치과의사모녀 살해사건의 고등법원 무죄판결문에서 인용). 

일반적으로 피고인의 변소내용과 검찰의 추단에 불과한 주장내용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를 확정할 결정적 증거가 양자간에 없고 양자 공히 그럴 수 있다는 정도의 개연성에 머무르는 경우뿐만 아니라, 심지어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피고인이 제시한 반대증거보다 우월한 증명력을 가질 경우에도 피고인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5. 10.선고 82도 2279호 판결). 그것은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이상(理想)이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특히 살인 등 강력사건에 유용한 원칙이다
위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의 경우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상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게된 것도 상소심이 1심과는 달리 바로 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보다 충실한데 있다. 이 원칙은 위 사건과 같이 목격자의 진술도 없고 피해자는 이미 사망하여 직접증거가 없는 강력사건의 무죄판결에 반드시 인용되는 매우 주요한 원칙이다. 최근에 부산고등법원에서 하청 실전매립지 강도살인사건의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통영지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도 바로 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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