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돼가노] 흥남 철수기념공원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은 기네스북에도 오른 사건이다.
1.4 후퇴 때 흥남 부두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등 수십 척의 배에 1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을 구출해 장승포항으로 데려온, 세계사에 드문 인도주의적인 사건이다. 이 피난민이라는 아이템을 거제시의 관광 자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흥남 철수기념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전쟁 중에 1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을 바다를 통해 구출해 낸 이 인도주의적 사건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거제도 장승포만이 가진 역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사실 내 부친도 고향이 함경남도 흥남인데, 1.4 후퇴 때 피난을 내려왔다. 반공 유가족이어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말고 며칠 일찍 미군 LST를 타고 내려오셨다. 이 사업은 그래서 나에게도 아주 살갑게 와 닿는 사업이다.장승포 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2011년 9월 권민호 전 시장이 흥남 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경상남도 모자이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그것이 선정되었다. 이후 김두관 도지사 시절인 2012년 4월에 호국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공원 부지는 장승포동 산 1번지 일원 99,000㎡, 즉 장승포 망산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이곳을 몽돌개 또는 물너메라고 불렀다. 이 지역에 총사업비 280억 원을 들여 기념 공원을 만들고, 메인 아이템으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미국에서 인수해 바닷가에 선박 전시관, 상징조형물, 전망대도 만들어 흥남 철수 피난민을 소재로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고자 했다.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던 이 사업이 갑자기 좌초하게 된다. 2013년도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궐선거로 당선되면서 기존 김두관 지사 시절에 진행되었던 많은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는 와중에 장승포 호국 평화공원 조성사업이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전시 선박 인수가 불확실하고, 운영관리비가 지나치게 들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2013년도에 사업 자체가 중단되었다. 기록을 찾아보니 아예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고, 그 당시에 성창기업이 장승포 유원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공원 조성사업을 여기에 연계하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경상남도에서 사업을 그만두게 한다는 논란이 일자, 권민호 전 시장도 급한 마음에 빅토리호 인수 타진을 위해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확인 결과, 실제 원래의 빅토리호는 이미 고철로 중국에 팔려가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당시 같은 설계도로 제작된 같은 모델의 다른 배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고, 같은 모델인 '레인호'는 인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짝퉁'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된다, 안 된다로 의견이 분분했다.
이 배를 인수해 오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등 갑론을박 중에 시간만 흘러갔다.이후 2016년도에 다시 재추진 가능성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국가보훈처가 이 흥남 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현충 시설로 풀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당시에 정부 용역비 1억 원을 확보해 위치도 장승포 산 1번지 일원에서 옛 장승포항 여객선 터미널 부지로 옮기고, 면적도 약 7,000평 정도로 줄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업 자체를 재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기에 기대감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피난민 2세라서 이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문재인 정권의 기재부는 사업 자체를 예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번째 좌초가 된 것이다.그래서 거제시가 이 사업을 재추진했다. 2019년 6월 경상남도와 협의하여 관광자원개발 사업으로 건의했고, 그 덕분에 2020년 1월 경상남도에서 흥남 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관광자원 개발 사업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가 되었다. 사업비는 균형 발전 특별회계로 조달하는 것으로 해 이 사업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다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사업지도 최종적으로 장승포 여객선 터미널로 확정하고, 사업비도 당초 경상남도 모자이크 사업 때의 280억에서 보훈처 현충시설 예산으로 240억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경남도 관광자원 개발사업으로 150억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본격적 사업 진행을 위한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위해 균형 발전 특별회계에서 약 10억 원을 확보해 현재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 건축기획 용역, 6월에 설계 용역을 시작했으며, 12월에 착공 예정이다.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점을 두는 것이 선박전시관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모델의 비슷한 배도 크게 역사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유사한 조형물을 만든다고 한다. 또 옛 장승포 여객선 터미널을 리모델링해 전시관을 만들고, 그 옆에 흥남 철수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해서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진행한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이 진척되어 지금은 되돌릴 수 없지만, 장승포 항구를 갈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짠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장승포가 살아나려면 항구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어항으로서의 기능, 국제항으로서의 기능, 여객항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데 지금 장승포와 옛 여객터미널 부분에 대한 해수부 계획은 여객부두로서의 기능은 폐쇄시키고, 2030년까지 흥남 철수기념공원 친수시설로 전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은 사용을 안 하는 공간이다 보니 친수시설로 만들면서 부두로서의 기능 자체를 배제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승포는 예전 같은 항만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질 것이다.그래서 내가 생각한 대안이 하나 있다. 장승포가 국제항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객항으로서의 기능과 어항으로서의 기능도 확보해 장승포가 과거의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 최근 서일준 국회의원이 발표한 '장승포 외항 방파제 300m 건설 설계 착수'에 주목하고 있다. 약 500억 원의 사업비로 장승포항 외항 방파제를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 제4차 전국 무역항 공유수면 매립 계획 및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차제에 그냥 무미건조하게 방파제만 조성하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 방파제 건립을 장승포항 부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곳 외항 내부에는 다른 시설을 넣어야 한다. 위그선 등 해상관광용 선박 접안시설이나 새 여객터미널 등과 같은 소형 크루즈 접안 시설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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