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돼가노] 저도 반환 문제

저도는 일제강점기에 지심도와 더불어 일본 해군에 빼앗겼던 섬이다.
해방 후 저도의 소유권은 지심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해군에게 넘어갔다. 일제강점기에 군사 시설로 쓰인 저도의 일본군 탄약고는 6·25 전쟁 중에는 유엔군 탄약고로도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국 해군이 소유권을 넘겨받을 당시 이승만 대통령 별장을 지었고, 그 뒤로는 계속 ‘청해대’라는 명칭으로 대통령들의 휴양지로 사용되었다. 저도(猪島)라는 이름은 하늘에서 봤을 때 섬이 돼지처럼 생겼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옛말로는 ‘돼지’섬, 옛말로 ‘돝’섬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저도의 옛 이름이 학섬이다. 학섬이라는 지명은 저도 인근에 있는 산봉우리에서 저도를 바라보면 섬의 모습이 학의 모습처럼 보여 붙여졌다고 한다. 저도 옆에는 사근도와 망와도라는 작은 부속 섬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바다 쪽에는 큰 구렁이가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오고 있었는데, 이를 본 학섬이 돼지로 변해 구렁이를 죽여 개구리를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싸움에서 구렁이는 죽어 사(蛇)근도가 되고, 개구리도 지쳐 죽어 망와(蛙)도가 되었으며, 학섬은 그때부터 저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도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된 이유는 전략적 위치, 보안, 천혜의 풍광, 해군의 작전 가능 지역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통령 별장이 두 군데 있는데 그중 바다에 있는 별장이 ‘청해대’로 불린 저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충청도에 있는 ‘청남대’이다. 청남대는 2003년에 충청남도에 반환되어 개방했지만, 청해대가 있는 저도의 반환 문제는 거제시의 지속적인 반환 요구에도 해군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행정구역상 거제의 장목면 유호리에 속한 저도의 반환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도 언급한 바가 있다. 문민 정부가 들어선 1993년, 거제 출신의 김영삼 대통령은 최초로 대통령 별장에서 청해대를 해제하여 거제시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저도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 저도를 1년간 시범 개방했고, 지금은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평일에 개방 중이다. 저도의 소유와 관리는 아직 해군이 맡고 있고, 단지 출입하는 탐방객 관리만 거제시가 하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출입 절차가 조금 복잡하게 되어 있는 상태다.
거제시는 소유권 이전을 위해 단계별로 여러 절차를 거치는 중이고, 실효적인 관리권 이전과 협상으로 탐방객을 지속해서 늘릴 예정이다. 거제시와 거제시민들의 요청대로 저도가 완전하게 개방이 되고 명품 관광지로 조성되려면 첫 번째는 저도의 소유권이 완전히 거제시로 이전되어야 하고, 두 번째는 군사 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숙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만 저도가 명품 관광지로 조성될 수 있다. 저도는 해군 소유로 군사 시설 보호구역이다. 해군의 입장은 저도는 진해 군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수중 침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계 및 방어 시설의 군사적인 기능을 앞으로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통령 별장은 없어졌지만, 해군 장성들의 인기 있는 휴양 시설인 콘도가 남아 있어 그런 점에서 군사 시설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는 해군의 실질적인 반대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올해 1월 14일, 정부 여당은 ‘군사 시설 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방안’ 발표를 했다. 수도권 일대에 그동안 군사 시설로 묶여 있던 넓은 면적과 많은 시설들을 대규모로 풀어줬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라고 한다. 문제는 그 속에 거제시 저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군사 시설 보호구역 해제는 거의 매년 하고 있다. 거제시도 저도의 군사 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2019년 9월부터 약 일 년 동안 시범 개방을 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된 기간은 약 132일에 불과하다. 일주일에 월, 목요일 두 번은 못 들어가게 하고, 어떤 날은 기상 조건이 나빠서 못 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완전 개방을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도 있는 반면에 오히려 좀 두고 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거제시도 지금 완전 개방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지심도 사례에서 봤던 것처럼 지심도를 거제시가 완전하게 반환을 할 때 약 100억 원가량이 소요되었다. 저도는 지심도보다는 조금 더 크고, 대통령 별장과 해군 휴양 시설 등 건물들이 있다. 거제시가 지심도를 반환받았던 방식처럼 소유권을 넘겨받으려면 우선 감정 평가를 하고,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해군 휴양 시설의 대체 시설도 건설해 줘야 하고, 감정 평가된 토지대도 거제시가 지급해 줘야 한다. 이 소요 비용이 약 300억~4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현재 거제시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돈을 들여 당장 소유권 이전을 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여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막상 거제시가 소유권을 반환받는다고 해도 직접 대규모 수익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민자 사업을 유치해 관광 개발을 하는 것도 목적과 당위성이 떨어지고 환경 문제와 군사 시설과의 상충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반환 뒤의 각종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2003년 충청남도에 반환됐던 청남대의 관리 비용의 누적 적자가 수백억 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충청남도에서는 청남대를 다시 청와대에 돌려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거제시도 저도의 완전 이전 전에 여러 절차적 단계를 나눠 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지금 거제시는 탐방객 숫자와 개방 기간을 더 늘려서 실효적으로 관리권을 행사하면 해군과의 이전 협상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관리권을 점차 늘려서 최종적으로 소유권 이전 협상을 한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괜찮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저도 개방과 관련하여 찬반 양론이 비등하다.
찬성하는 쪽은 이왕 개방한다면 완벽하게 개방을 해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해 저도를 외도나 해금강, 지심도처럼 우리 거제의 희소가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반면에 완전 개방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는 저도의 환경 문제를 고려해 지금처럼 입도를 제한해 대통령 별장으로서의 신비감과 상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스토리를 가진 관광 자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두 가지 견해의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저도는 아직 완전 반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도와 관련해 개인적인 견해는 저도의 완전 반환으로 명품 관광 섬으로 만드는 것이 거제시를 위해서도 훨씬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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