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우산(于山)과 무릉(武陵)

독도만큼 여러 이름으로 불린 섬은 없을 것이다. 우산도(于山島), 간산도(干山島), 우산도(芋山島), 자산도(子山島), 삼봉도(三峰島), 가지도(可支島), 석도(石島), 독도(獨島), 송도(松島), 죽도(竹島), 리앙쿠르(Liancourt Rocks), 메날레?올리우차(Manalai & Olivutsa Rocks), 호넷(Hornet Rocks). 파란 많은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독도 영유권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이 이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일본 정부나 학자들은 독도 명칭상의 허점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며 ‘독도(獨島)와 다른 명칭과의 동일성’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유권을 판결하는데 결정적인 근거는 역사적인 고증이므로 우리는 역사상 이 많은 명칭들이 모두 독도를 의미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삼국유사에는 신라(新羅)의 이사부 장군이 서기 512년 우산국(于山國)을 정복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우산국은 울릉도를 말한다. 당시 울릉도의 명칭은 우산국, 우릉성(羽陵城), 울릉도(蔚陵島) 등으로 불리었고, 독도는 우산국 영역 안에 있는 섬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가 울릉도가 무릉(武陵), 무릉(茂陵) 등으로 불리면서 이번에는 독도가 우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독도를 우산도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공식 기록은 15세기 초엽이 되어야 등장한다. 조선 태종이 공도정책을 확정하는 과정을 기록한 <태종실록>이 그것이다. <태종실록>에는 조선 조정이 김인우를 무릉등처안무사(武陵等處按撫使)로 임명하여 우산(于山)?무릉(武陵)에 들여보내 거주민들을 육지로 쇄환시킬 것을 결정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태종 17년 2월 실록에는 ‘김인우가 우산도로부터 돌아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인우가 떠날 때의 직함이 무릉등처안무사이고, 목적지는 울릉도와 주변일대였는데 돌아올 때는 우산도로부터 돌아왔다고 되어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태종실록>은 울릉도를 우산도로 기록한 것일까? 아마도 그랬을 가능성이 많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산과 무릉이라는 이름이 뒤섞여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조정이 우산과 무릉을 하나의 섬이라고 생각했다면 김인우를 보낼 때 굳이 ‘우산(于山)?무릉(武陵)’을 다녀오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산과 무릉을 각기 다른 섬으로 보았기 때문에 두 개의 이름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지리를 기록한 각종 역사문헌에도 독도는 우산으로 기록된다.<세종실록지리지(1454년 권153)> 강원도 울진현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于山武陵二島 在縣正東海中 二島相距不遠 風日淸明 則可望見(우산무릉이도 재현정동해중 이도상거불원 풍일청명 즉가망견)
“우산, 무릉 두 섬은 현(울진현)에서 바로 보이는 동쪽 바다 가운데 있으며, 두 섬은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
즉 우산과 무릉은 두 개의 섬이며, 울진현에서 동쪽으로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또한 ‘두 섬의 상호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볼 수 있다’는 주(註)까지 붙여놓고 있다.
날씨가 청명한 날 울릉도에서 볼 수 있는 섬은 독도 외에는 없다. 무릉(武陵)이 울릉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산(于山)이란 독도가 분명한 것이다.
우산이 울릉도 저동 앞에 있는 죽서도(죽도)를 말한다는 일본 측의 주장도 있지만, 죽서도는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볼 수 있다. 반면 울릉도에서 독도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기는 1년 중 일기가 가장 청명한 9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의 며칠뿐이다.
조선후기에 인쇄된 지도첩에는 간혹 독도를 천산도(千山島), 우산도(牛山島), 자산도(子山島), 간산도(干山島) 등으로 기록한 것도 있지만, 모두 우산(于山)의 ‘우(于)’자를 잘못 옮겨 적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용복 사건 때(숙종실록 1696년) 등장하는 자산도(子山島)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은 일본 측이 ‘마쓰시마(송도(松島)?독도)’가 그들의 땅이라 주장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松島卽子山島 此亦我國地 汝敢住此耶(송도즉자산도 차역아국지 여감주차야)
“송도는 즉 자산도이다. 이 역시 우리나라 땅이거늘 너희가 감히 이곳에 사는가?”
이에 대해 학자에 따라서는 모도(母島)인 울릉도에 대해 자도(子島)관계에 있는 독도의 다른 이름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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