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살벌한 독도 깔따귀

전남 무안 성재마을에는 고양할미샘이라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내려 온다. 전설에 따르면 무안 현화리에 어느 때부터 깔따귀 떼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때 그 지방을 지키는 고향할미신 깔따귀를 치마로 싸다가 바다에 뿌렸다.
그런데 치마에 조금 남은 깔따귀를 털어버린 곳이 바로 성재마을이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깔따귀 때문에 온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자 고양할미신이 깔다귀에 물려 생긴 종기 등 피부병을 고쳐 주고자 샘을 팠는데 이곳이 고양할미샘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깔따귀는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그 악명을 경험했을 것이다.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것인데 모기는 이놈에 비하면 양반이다. 모기 반만한 크기의 이놈에게 한번 물렸다하면 모기와는 다르게 피부 깊숙이까지 영향을 받는다. 백과사전에 찾아보면 물지 않는다고 하는데, 독도의 깔따귀는 어떤 종류인지 거침없이 사람을 공격한다. 해질 무렵부터 맹렬하게 활동하는 이 녀석들이 한 번 공격하고 나면 온 몸이 가렵고 붓기 시작하며 물집까지 생긴다. 어지간한 약으로는 치료도 되지 않는다.
독도에서 하룻밤을 청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치를 떠는 것이 바로 이 깔따귀의 공격이다. 1990년 독도탐사대로 독도에서 며칠간 묵었던 류경훈 씨는 깔따귀의 흉포함에 치를 떤다.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첫날밤은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밤새 물어뜯는 이놈들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은 집에서 나와 배 위에서 잤더니 조금 덜했다. 그런데 그 때 물린 상처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만 되면 되살아난다.”
독도에서 3년간이나 머물렀던 의용수비대는 어땠을까? 독도의용수비대를 가장 괴롭혔던 것도 일본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적, 바로 깔따귀의 습격이었다.
그때 의용수비대 대원들이 찾은 비방은 피부를 단련시키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수평선에 해가 떠오르면 근무자와 식사당번만 제외하고 전원 알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수영이라기보다는 바다에서 먹을 것도 줍고, 모기와 깔따귀가 물지 못하도록 피부를 단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바다를 들락거리다 올라와 아침 햇볕을 쪼이면 몸에는 가루 같은 소금만 남게 되고, 손바닥으로 문지른 알몸뚱이는 구릿빛 윤기가 흐르는 탄력 있는 몸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햇빛과 소금, 바닷바람으로 단련된 피부 덕분에 깔따귀의 습격에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독도에 생활터전을 마련한 최종덕 씨와 김성도 씨 등도 깔따귀의 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모기장이나 약도 소용이 없었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어느새 그것을 뚫고 들어오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들도 의용수비대처럼 피부를 단련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간혹 독도 인근에 널려있는 폭탄의 황을 이용하기도 했다. 미군의 독도 폭격 당시의 불발탄이 바닷가에 있었고, 수십 년이 흘러 녹슨 부분에는 노란 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 황을 긁어와 태우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 지독한 냄새는 깔따귀 떼에게도 고약했던 것이다.
김성도 씨는 “밤만 되면 이놈의 깔따귀 떼가 달려들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약을 뿌려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황을 태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워보니 지독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황을 태울 때만큼은 깔따귀 떼가 달려들지 않았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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