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석도(石島)=독도(獨島)

대한제국 정부는 울릉도・죽서도(죽도)・독도를 묶어서 지방행정상 군(郡)으로 격상시켰다. 울릉도에는 군수를 상주시켜서 섬의 수호와 행정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1900년 10월 22일, 내부대신(內部大臣) 이건하는 울릉도・죽서도・독도를 묶어서 울도군(鬱島郡)을 설치하고 도감 대신 군수를 두는 지방제도 개정안을 내각회의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1900년 10월 24일 내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울릉도 개척에 적극적이었던 고종 황제의 재가도 받았다. 1900년 10월 25일자 칙령 제41호로 전문이 6조로 된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고 도감을 군수로 개정한 건’을 관보(官報)에 게재하고 전국에 반포했다.대한제국이 칙령 제41호를 공표한 것은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하여 다시 근대 국제법 체계로 우리 영토임을 재확인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일본이 1905년 1월28일 독도의 영토편입을 결정하기 5년 전의 일로, 일본의 주장이 억지임을 증명한다.
대한제국의 칙령에 따라 울릉도는 울진군수(때로는 평해군)의 관할아래 있다가 독립된 군으로 승격했다. 울릉도의 초대 군수로는 도감으로 있던 배계주가 주임관(奏任官) 6등으로 임명되었으며, 사무관으로 최성린이 임명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제국은 칙령을 반포할 때 울도군의 관할을 울릉도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칙령 제2조는 ‘울도군의 구역은 울릉전도(鬱陵全島)와 죽도(竹島) 석도(石島)를 관할할 사’라고 했다. 죽도(竹島)는 울릉도 저동 바로 옆의 죽서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이규원(李奎遠)의 <울릉도검찰일기>에서도 확인된다.
그렇다면 석도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독도를 가리킨다. 독도라는 명칭도 사실은 석도에서 출발했다. 1905년 이후 독도라는 명칭이 나왔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는 이 같은 독도의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독도는 이전에 사용되었던 석도(石島)의 다른 표현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은 돌을 독이라고 한다. 밥을 먹다 돌을 씹으면 ‘독 씹었다’고 하고, 지금도 절구통은 도구통이라 한다.
당시 울릉도 주민을 형성하고 있던 전라도와 경상도 주민들은 독도를 독(돌)섬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 뜻을 한자로 옮기면 석도(石島)가 되고, 소리를 한자로 옮기면 독도(獨島)가 된다. 즉 울릉도 초기 개척민들의 방언인 독섬은 석도(石島)=독도(獨島)인 것이다.
현재에도 울릉도 사람들은 삼봉도나 가지도(독도의 다른 이름)라는 이름은 잘 몰라도 독섬(돌섬)은 잘 안다. 예전부터 독도를 독섬(돌섬)이라 불렀던 증거다.
개척령이 내리고 1883년 4월 울릉도에 들어간 고(故) 홍재현 옹은 생전에 손자에게 “옛날 책에는 우산도 또는 석도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곳에 가서 보니 섬이 돌로 되어 있어서 그 섬을 돌섬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재현 옹의 손자는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이다. 홍순칠 대장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한문으로 석도라 한 섬이 돌섬이며, 또 형태도 돌섬인데, 생긴 모습이 의젓하고 절해고도라서 독도라 한 것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마음에 거슬려 93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여러 번 원망하신 적이 있다.”
해방 후인 1948년 6월 30일 미 공군의 폭격으로 떼죽음을 당한 울릉도 어민들의 위령비를 세우기 위해 경상북도지사 일행과 함께 독도에 들어간 홍재현 옹이 낭독한 조사(弔詞)에도 돌섬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천지신명이시어. 이 섬은 하늘이 주신 우리의 땅이며 우리 동포의 생활의 터전이기에 우리 동포가 아끼고 지켜나갑니다. 오늘도 30여 명의 우리 동포는 돌섬의 수호신으로 이 섬을 지키고자 합니다.”
즉 독섬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 그 의미를 담은 경우에 석도(石島)로, 그 소리를 취한 경우 독도(獨島)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독도나 석도 모두 같은 이름이다.
독도는 이름이 많다. 한자를 잘못 봐서 생긴 이름에서부터 섬의 특징에서 비롯된 이름, 독도를 발견한 외국인이나 배의 이름을 딴 것까지 무수하게 많다. 우산도(于山島), 간산도(干山島), 우산도(芋山島), 자산도(子山島), 삼봉도(三峰島), 가지도(可支島), 석도(石島), 독도(獨島), 송도(松島), 죽도(竹島), 리앙쿠르(Liancourt Rocks), 메날레・올리우차(Manalai & Olivutsa Rocks), 호넷(Hornet Rocks) 등등..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 모두가 독도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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