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가산도를 찾아간 뗏목

[독도이야기88] 가산도를 찾아간 뗏목

[독도이야기88] 가산도를 찾아간 뗏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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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박사

개척 초기 유토피아를 찾아 울릉도로 건너온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울릉도가 동해 바다 가운데 있다는 유토피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진정한 유토피아를 찾기로 했다. 독도를 전설에 나오는 가산도라 믿었던 이들은 그곳으로 향했다.

이들이 의지한 배는 강꼬. 길이가 4m 정도에 불과한 전통적인 울릉도의 배다. 그리고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테우와 비슷한 뗏목을 이용했다.

뗏목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울릉도 개척의 의지와 땀이 배어 있는 배였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베어다가 나란히 엮어 만들었으나 구상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삼나무로 대치하였다고 한다. 울릉도에는 곧고 키가 큰 삼나무가 풍족한 편이라 처음부터 삼나무를 이용했다.

삼나무 뗏목은 수면에 선체가 완전히 밀착되어 웬만한 풍파도 견뎌낼 수 있으며, 해초 따위의 어획물을 적재하는 데도 편리한 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장정이 아니고는 사공이 되기 힘들다.

현대에 와서 그들의 뱃길을 규명하기 위해 뗏목 항해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은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는데, 1985년 10월 제주도 화북의 해신당에서 도항제(渡航祭)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제주항로 테우 조사단’이 출발했던 것. 원초적인 테우로 옛 뱃길에 도전함으로써 한반도와 제주도의 고대 항로를 규명해보려는 시도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한국외대 장철수 씨는 울릉도-독도간의 고대항로 탐사에 도전한다. 한국탐험협회의 주도로 이뤄진 이 탐사는 1987년 처음 시도되었으나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첫 탐사를 계획했던 이들은 강원도 정선에서 극기 훈련을 마친 뒤, 경기도 미사리 남한강 하류에서 2번에 걸친 전마선 훈련을 통해 활동적응과 팀워크를 다졌다. 본대 10명, 울릉도 지부대원 10명 모두 20명으로 구성된 팀은 5인 1조로 4개조를 구성, 1조 울릉도 고지 및 육로를 통한 생태계 조사, 2조 뗏목을 이용한 해안일주 및 생태계 조사, 3,4조 울릉도-독도간 뗏목탐험 및 전설의 섬 가산도 탐사를 계획으로 잡았다.

그들은 1주일이나 걸려 울릉도 태하에서 삼나무를 운반해 뗏목을 만들었다. 뗏목은 당초 3m x 6m인 것을 줄여 원목 8개만을 사용해 2.5m x 6m크기로 만들었다. 중간 부분에는 평상을 설치해 잠자리와 휴식공간 및 장비, 식량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길이 1m20cm의 키를 만들고 5m의 마스터를 세웠다. 돛에는 독도와 뗏목의 명칭인 전설의 섬 가산도를 그려 넣었다. 뗏목이 모두 완성된 후 태극기, 탐험협회기, 독도 주민 최종덕 씨가 보내준 삼색기를 달아 치장을 했다. 8일 동안 온갖 고생을 다해 만든 뗏목이었다.

마침내 1987년 7월 25일 아침 일찍 뗏목을 바다에 띄우고 장비와 식량을 실은 뒤 동해 바다에 고사를 지냈다. 당시 탐험대장을 맡았던 이경남 씨는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위용에 억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독도를 욕되게 할 수는 없었다. 동해바다의 짓궂은 장난에 노리개가 되어도 좋다. 너를 향해 가리라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7월 27일 오후 1시. 안전을 책임질 배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은 뗏목 항해를 허락하지 않았다. 군청에 협조를 구하고 당국에 진정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다음해인 1988년 5월 30일 이들은 다시 한 번 독도 뗏목 탐사에 도전한다. 이때도 여건이 허락지 않아 또다시 실패했지만 이들의 열정은 동해바다마저도 감동시켰다. 두 달 뒤 이들은 울릉도-독도 간 뗏목 탐사에 기어이 성공한다. 1988년 7월 15일 출발하여 18일 도착했다. 74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고대 뱃길을 규명한 것이다.

당시 탐사대에 참가했던 이헌필 씨는 “독도가 울릉도와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원시적인 항해수단인 뗏목을 타고 건너간 것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리기 위한 모험이었다”고 밝힌다.

이들의 탐사 여정은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89년 1월 1일 방송, 국내외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의 울릉도-독도간의 뗏목 탐사 성공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이 뱃길에 도전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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