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가산도의 신비

[독도이야기88] 가산도의 신비

[독도이야기88] 가산도의 신비

김성호 박사.jpg
김성호 박사

동해 바다 한 가운데 있다는 환상의 섬, 간산도(干山島) 혹은 가산도에 대해서 울릉군지에는 이런 전설을 전하고 있다.

 울릉도의 어부 셋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고기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구름이 일기 시작하더니 거센 바람과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파도는 점점 더 거세어져 갔고 세 사람은 운명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파도는 점점 더 높아갔다. 배는 나뭇잎처럼 파도에 이리 저리 흔들렸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사흘 동안 몰아치던 폭풍우는 간신히 잦아들었다. 정신을 차린 어부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시퍼런 바다와 하늘에 뜬 구름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흘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어부들은 노 저을 힘도 없었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흘러가는 대로 맡겨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어, 저것 보게!”

저 멀리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은 못하겠으나 육지 같은 것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틀림없이 육지였다. 절망에 빠져있던 세 사람의 입에서는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살았다!”

노를 저어 육지에 닿아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다. 간신히 발붙일만한 곳을 찾아 배를 붙였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울창한 왕대 숲이 보였다.

숲으로 들어가니 기와집 한 채가 보였다. 집안에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문을 열어 놓고 어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부들은 다짜고짜 그 앞에 가서 넙죽 절을 했다.

“웬 사람들인고?”

노인의 음성은 점잖았지만 우렁찼다. 눈매는 빛이 났으며 감히 범접치 못할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어부들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허어, 그 사람들 고생께나 했겠구먼.”

“저희들은 오늘까지 나흘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과 먹을 것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끄러미 쳐다보던 노인의 입에서는 실망스러운 말이 나왔다.

“물은 없고, 사람이 먹을 것이라곤 없는데 어찌하나?”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먹을 것이 없다니.’

어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 노인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노인이 선뜻 일어나더니 방에서 무엇인가를 가져왔다.

“자, 그럼 이것이라도 먹게나.”

노인이 내미는 것을 보니 사과처럼 생겼지만 사과는 아닌 것 같았다. 어부들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과일은 순식간에 어부들의 뱃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워낙 배가 고팠던 처지라 한 개씩만 더 달라고 청했다.

“아니, 이 사람들아 그것 한 개면 1년을 살 수 있는 건데.”

어부들은 어느새 허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어부들은 기운을 되찾았다.

“이제 자네들은 집으로 가야지. 식솔들이 몹시 기다릴 텐데.”

“그렇지만 저희들은 방향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내가 길을 인도하지.”

어부들은 노인과 함께 배에 올랐다. 순풍에 돛을 올려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 뒤돌아보니 섬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있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뭐, 고마울 것이 있나. 자네들이 하도 딱해서 도와준 것뿐일세.”

그리고는 옷소매 자락에서 어제 먹던 과일 세 개를 끄집어내어 나눠주었다.

“이 과일은 햇볕이 없는 곳에 두어야 하네. 그리고 또 오늘부터 꼭 석 달 열흘 후에 이것을 먹도록 하게나.”

노인은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세 사람은 그저 얼굴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울릉도에서는 난리가 났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 돌아왔으니 말이다. 안개에 싸인 섬이며, 기이한 노인, 신비한 과일 등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 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부들을 부추겼다. 큰 배에다 식량과 물을 싣고 신비의 섬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철 아닌 복숭아꽃이 바다에 떠있는 것만 보았을 뿐 섬은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이 찾아 헤맨 가산도는 독도와는 또 다른 환상의 섬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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