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울릉도와 대마도의 혼인동맹

울릉도에는 우산국 마지막 왕인 우해왕에 대한 전설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우해왕이 벗어놓은 투구가 바위로 변했다는 투구바위, 신라장군 이사부가 가져온 나무 사자가 벼락에 맞아 변한 것이라는 사자바위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우해왕과 풍미녀에 관한 설화는 우산국의 영역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전설은 다음과 같다.
우산국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는 우해왕이 다스릴 때였다. 왕은 기운이 장사였고, 바다를 주름잡고 다녔다. 당시 왜구는 우산국을 가끔 노략질했는데, 그 근거지는 주로 대마도였다. 우해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대마도로 가서 대마도의 수장을 만나 담판을 요구했고, 다시는 우산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왔다.
우해왕은 대마도를 떠나올 때 대마도주의 셋째 딸인 풍미녀를 데려와서 왕후로 삼았다. 그런데 우해왕은 풍미녀를 왕후로 삼은 후부터 사치를 일삼기 시작했다. 풍미녀가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려했다. 우산국에서 구하지 못할 보물을 가지고 싶다면 노략질을 해서라도 구해 주었고, 이에 대해 충언을 하는 신하가 있으면 목을 베거나 바다에 처넣었다. 백성들을 우해왕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풍미녀는 더욱 사치에 빠졌다.
“망하겠구나.”
“풍미 왕후는 마녀야”
이런 소문은 온 우산국에 퍼졌다.
신라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우해왕은 신경쓰지 않았다. 왕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자는 죽이면 그뿐이었다. 결국 풍미녀가 왕후가 된지 몇 해 뒤에 우산국은 망했다.
물론 이런 전설이 전해진 과정도 불분명하고, 그 내용도 뒷날로 내려오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개의 전설이 어느 정도의 사실에 바탕에 둔 것으로 볼 때 풍미녀와의 전설도 완전한 창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흥미로운 점은 우산국이 왜구의 본거지인 대마도와 혼인동맹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 동맹은 “우해왕이 대마도를 떠나올 때 그 수장의 셋째 딸인 풍미녀를 데려와서 왕후로 삼았다”고 한 것에서 화해를 위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동맹관계는 우산국이 왜구의 노략질을 징벌하고 차단하기 위해 그 소굴인 대마도를 징벌하고 맺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산국은 비록 작은 나라였지만 이웃 어느 나라보다 바다생활에 익숙했고, 또한 강력했던 해상왕국이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 저작권자 ⓒ 헤럴드 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