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지상낙원을 찾아든 개척민

[독도이야기88] 지상낙원을 찾아든 개척민

[독도이야기88] 지상낙원을 찾아든 개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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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박사

120여 년 전 개척령과 함께 울릉도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개척민들은 대개 예언서인 정감록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정감록은 난리를 겪지 않는 지상낙원을 말하고 있다. 초기 개척민들은 울릉도가 예언서에서 말한 지상낙원이라는 믿음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지상낙원은 없었다. 이들을 기다린 것은 혹독한 자연환경과 지독한 굶주림이었다. 이들은 깊은 산골로 들어가 농촌생활을 이어갔다. 화전을 일구고 움막을 지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찾아온 것은 굶주림과 추위였다. 육지로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겨울이면 엄청나게 많은 눈이 쏟아졌다. 개척민들은 섬의 자연환경에 적응, 독특한 집을 고안해냈다. 그것이 투막집이다. 집의 뼈대와 벽을 통나무로 얽고 처마 끝에서 땅에 닿는 부분까지 풀로 만든 우데기를 둘러쳐서 눈과 비바람을 가리게 했다. 그래서 이 집을 우데기집이라고도 하고, 지붕을 통나무로 얇게 패서 만든 너와로 덮었기 때문에 너와집이라고도 한다. 현재는 나리분지 일대에 다섯 채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요행히 눈은 피했더라도 배고픔이라는 복병이 숨어있었다. 개척당시에는 굶어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 개척민들의 목숨을 이어준 것은 ‘깍새’라는 새와 ‘명이’라는 나물이었다. 깍새는 ‘깍 깍’하며 울어대는 울음소리를 따서 이름이 지어졌고, 명이는 명(생명)을 이어주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에서 알을 낳고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는 깍새는 세계적으로 드문 새였지만, 울릉도에서는 지천에 늘렸었다. 당시 개척민들은 그 새가 귀한 새인지 아닌지를 따질 여력이 없었다. 당장 먹어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이 새가 바로 희귀조인 슴새다. 바다에 안개가 끼는 가을이면 슴새는 집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민가의 불빛이나 모닥불을 보고 내려앉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몽둥이로 새를 잡았다. 흉작이 겹친 해에는 수천 마리의 슴새를 잡아 소금에 절여 보관했다. 겨울을 나는데 있어 슴새는 없어서는 안 될 식량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저장해 놓은 슴새마저 다 떨어져갈 무렵이면 개척민들은 산야를 뒤졌다. 눈이 녹을 무렵 산에서 막 움터 오르는 나물은 개척민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었다. 눈 속에서 움터 올라 머리를 내미는 명이는 파나 마늘과 많이 닮았다. 이 나물은 이른 봄에 먹을 수 있으며 조금 더 자라면 맛이 몹시 매워진다. 명이를 삶아서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간장에 절여 먹으면 독특한 감칠맛이 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노린내를 풍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부 개척민들은 아무리 굶주려도 물고기는 잡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코앞에서 전복과 오징어를 잡아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아이들이 고기를 잡으면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때렸다. 뱃사람을 천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울릉도에서 가장 유명한 나물은 고비와 삼나물. 전국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값비싼 것이다. 일 년 내내 지천으로 자라는 부지깽이와 미역취는 수요가 워낙 많아 옥수수, 마늘, 감자 등을 제치고 울릉도의 대표적인 농작물이 되었다. 미역취는 1년에 4번 수확할 수가 있고 해마다 밭을 경작할 필요도 없다. 농가소득에 큰 보탬이 됨은 당연지사. 울릉도 농민들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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