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보물선과 러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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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박사

“울릉도 저동 앞 바다에는 80조원에 달하는 보물을 가득 실은 러시아 배가 침몰해 있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보물선 이야기를 알고 있다. 상당히 정확한 역사적 증거들까지 있고,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까지 보물탐사를 시도했던 것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한층 높다.

그런데 말로만 떠돌던 러시아 보물선의 존재가 2003년 초, 또 다시 화제가 되었다. 동아건설이 “울릉도 저동 앞 바다에 대한 탐사작업을 끝낸 결과 저동 앞 바다 해저 400m 지점에서 바다에 가라앉은 이상 물체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동아건설의 발표는 한국해양연구원의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힘을 얻었다. 러시아 보물선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y Donskoi)호와 관련한 탐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몽고의 러시아 침략을 막은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의 이름을 딴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수송선이었다. 러일전쟁 막바지인 1904년 러시아는 일본과의 결전을 위해 발트 해에 주둔하던 무적 발틱함대에 동원령을 내렸다. 발틱함대로 대한해협을 봉쇄,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한다는 전략이었다. 러시아 황제는 발틱함대가 대한해협, 서-동해 등 한반도 주변 해안을 봉쇄해 만주주둔 일본군의 보급로만 차단하면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34척의 전투함과 보급-병원선 등 38척으로 구성된 발틱함대는 지중해를 지나 대서양-아프리카 희망봉-인도양-동남아시아에 이르는 긴 항해에 올랐다.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에 도착했으나 영국의 눈치를 보던 프랑스정부는 병사들의 하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함대는 석탄만 공급받고 바로 항해를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러시아 수병들은 6개월여 만인 1905년 5월26일 대한해협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게 일본 해군은 전면 공세를 가했다. (일본은 우리 해안지대와 울릉도에 망루를 설치하고 러시아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4일간 계속된 전투에서 세계 최강 발틱함대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전멸했다.

그런데 침몰한 배중엔 나히모프호라는 순양함이 있었다. 이 배는 러일전쟁의 군자금으로 사용할 금괴를 싣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이 배를 회계함이라고 불렀다. 이 회계함 역시 일본의 포탄에 가라앉고 말았다. 러시아군은 포격을 받은 회계함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 금괴들을 필사적으로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에 옮겨 실었다.

그리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전투를 포기했다. 전속력으로 대한해협을 빠져나온 돈스코이호는 울릉도로 방향을 잡았다. 최종 목적지는 블라디보스토크 항. 그러나 이 배는 추격해 온 일본군함에 의해 5월 29일 오전 6시 46분 울릉도 저동 앞 바다에서 격침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드미트리 돈스코이에 실려 있다는 금괴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인양작업을 시도했던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은 약 80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홍순칠의 할아버지 홍재현 옹은 수병들을 구해준 감사의 뜻으로 함장으로부터 금화가 가득 든 청동주전자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홍재현 옹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진 러시아 병사들이 금화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내보이며 ‘저 배에 금은보화가 가득 있다’는 몸짓을 하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과연 언제쯤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 그 배에는 정말로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을까? 울릉도 앞 바다에서 펼쳐지는 보물선 찾기 작업은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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