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위기 관리와 미래 전략, 동시에 가야 한다”

경남도의원을 거쳐 거제시장 재선을 지낸 권민호 전 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지역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 재임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그가 다시 도전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 재선 시장 출신으로서 거제시정을 떠나 있던 동안 거제는 부침이 많았다. 지금 이 시점에 왜 다시 ‘권민호’가 필요한지, 지난 재임 시절과 비교해 어떤 ‘업그레이드된 리더십’을 준비하고 있는지?
"거제는 지금 분명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인구 유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했던 대형 사업들마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 다수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현실적인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권유와 깊은 고심 끝에 다시 정치를 결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에게는 거제시장으로서 8년간 시정을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그 기간 동안 수십 년 묵은 난제였던 지심도 소유권 이전을 이뤄냈고, 동서연결도로(명진터널) 착공, 고현 도심 노점상 문제 해결, 관광산업 민간 투자 유치 등 굵직한 현안들을 마무리했다. 위기 속에서도 결단하고, 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실행력이 저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또 다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방향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달았다. 이제는 강한 추진력 위에 경청과 소통, 그리고 낮은 자세의 섬김을 더하겠다. 행정의 베테랑을 넘어, 거제의 판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미래형 리더로서 통합의 시정을 펼치겠다."
- 당내 타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압도적 강점’은 무엇인가?
"함께 경쟁하는 두 분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시장을 해본 사람’과 ‘시장을 준비하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청 밖에서 바라보는 행정과,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집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 거제는 시행착오를 감내할 여유가 없다. 위기를 관리하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단해야 할 순간에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결은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네트워크와 행정 노하우다. 중앙정부와의 협력 구조, 부처와의 협상 경험, 지역 현안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와 판단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제에는 ‘배우면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 곧바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 행정타운 조성은 시장 재임 시절, 처음 입안한 사업이지만, 현재 공정률 정체와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손실보전금 55억 판결 등)으로 ‘거제의 아픈 손가락’이 돼 있다. 최초 입안자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먼저, 제가 시작한 사업이 현재 시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는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행정타운은 노후·협소한 경찰서와 소방서를 이전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관공서 이전으로 상권 붕괴를 우려하던 옥포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산 개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파행은 사업의 취지나 설계보다, 관리와 운용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공공이 중심을 잡고 원칙과 기준에 따라 사업자를 관리·감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측면은 없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행정적 조치와 계획 수정, 적극적인 협상이 뒤따랐다면 지금과 같은 분쟁까지 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작은 균열을 제때 봉합하지 못해 일이 커진 점은 안타깝다."
- 당초 ‘석산개발을 통한 부지 조성’이라는 수익형 모델이 암초를 만난 셈이다. 사업 방식의 전면적인 전환에 대한 복안이 있는지?
"공사 중단으로 인한 장기 방치는 지역 이미지 훼손은 물론, 치안·안전 공백, 지역 갈등, 주민 상실감 등 계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다. 지금은 손익 계산을 넘어, 손실의 고리를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
환경 변화에 맞게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조속히 완공해 공공기관을 안착시키고, 남은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멈춰 선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 가덕신공항 개항 시 거제는 직접적인 수혜지이다. 단순히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 아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구상이 있다면?
"저는 과거 신공항 입지 논쟁 당시에도 접근성과 시민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 선택이 지금의 가덕신공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거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공항 이용객과 물류가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가덕도는 공간적 한계가 분명하다. 물류창고와 MRO(항공정비), 배후 산업단지는 인근 육지에 조성될 수밖에 없다. 장목·하청 일대는 지리적으로 최적지다.
항공 물류센터와 MRO 단지를 유치하고, 반도체·바이오 등 항공 운송 기반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키우겠다. 나아가 항만 기능까지 결합해 공항·항만·철도를 연결하는 복합 물류 체계를 구축하겠다. 여기에 MICE·비즈니스 관광 인프라까지 갖춘다면, 거제는 단순 관광지가 아닌 동남권의 경제·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 최근 거제-김천 KTX 착공식이 열렸다. 이 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해 동분서주한 전임 시장으로서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회와 함께, KTX 건설을 거제시 발전과 어떻게 연계할지 발전 전략은?
"인간적으로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주인공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다. 오랜 교통 소외를 견뎌온 거제시민의 결실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KTX는 단순한 교통 개선이 아니라 산업과 관광 지형을 바꿀 계기다. 역세권을 단순 주거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조선 하이테크 산업과 해양 레저 관광을 융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투자선도지구 공모에 도전하겠다.
또한 역에서 목적지까지 30분 내 연결되는 촘촘한 교통망을 구축해 ‘라스트 마일’을 해결해야 한다. KTX, 가덕신공항, 항만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전략으로 동남권 물류·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
- 조선업 일변도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거제 기업혁신파크’가 추진 중이다. 기업들을 거제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
"기업은 공간이 아니라 조건을 보고 움직인다. 비용과 규제를 낮추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혁신파크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해 인허가 간소화와 세제 혜택을 동시에 확보하겠다. ‘규제 완화’와 ‘세제 인센티브’를 결합한 기업 특구를 만들겠다.
또한 바이오·헬스케어, 디지털 콘텐츠, 친환경 해양 모빌리티를 3대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앵커 기업을 먼저 유치해 클러스터를 형성하겠다."
- 시장 재임시절인 2017년, 남부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 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조차 못 하고 답보상태다. 이에 대한 입장은?
"10년 가까이 진척되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당시 4천억 원 민간 자본 유치는 조선업 불황 속에서 거제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사업 지연의 핵심은 반대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풀어내는 리더십의 부재였다고 본다. 환경 보존과 개발은 대립 개념이 아니다. 보존할 곳은 지키고, 개발할 곳은 개발하는 합리적 해법으로 돌파했어야 한다.
KTX와 가덕신공항 시대에 체류형 복합 휴양단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관광객이 머물고 소비해야 지역 상권이 산다. 책임 있게 다시 추진하겠다."
- 시민들에게 이번 선거가 거제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면, 가장 먼저 실천할 ‘1호 공약’은 무엇인지?
"제1호 약속은 ‘사람이 돌아오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양질의 일자리, 공정한 보상 체계, 특화 산업단지 조성으로 신산업을 유치하겠다. 여기에 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바꾸겠다.
거제 경제의 새 판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출판기념회를 준비중이라는데,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정치를 떠나 있던 시간 동안 다양한 시선을 마주했다. 격려도 있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그러나 제 마음속 다짐은 단 하나였다. 고향 거제를 위해 다시 한 번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결심이다.
근거 없는 의혹과 비방 앞에서 답답함도 컸다. 그래서 말이 아닌 글로 진심을 남기고 싶었다. 책에는 정치인의 구호가 아니라, 한 인간 권민호가 바라본 거제와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담았다.
투박한 글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시민들께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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