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훔치교와 전설의 섬

[독도이야기88] 훔치교와 전설의 섬

[독도이야기88] 훔치교와 전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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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박사

일제 식민 치하에 설움 받아야 했던 민초들의 절박함을 아우른 거대한 종교가 있었다. 증산도 계파인 보천교(普天敎)가 바로 그것. 동학혁명이 실패한 후 실의에 빠져있던 백성들은 보천교를 통해 희망을 찾고자했다. 이들은 태을주(太乙呪)를 외며 기도하는 수련을 했다.

태을주는 ‘훔치 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라는 주문이다. 훔치는 천지 부모를 부르는 소리이며, 이 주문은 병이나 난리로부터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구한다고 한다. 보천교에서는 이 주문을 중시하였으며, 때문에 일반 백성들에게는 훔치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보천교 교도들 가운데 일부가 지상낙원을 찾아 울릉도로 건너왔다.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 전해오는 환상의 섬 이어도처럼 울릉도에도 그런 이상향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섬에 들어온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동해 바다 한 가운데 환상의 섬이 있는데, 그곳은 간산도(干山島)  혹은 가산도라고 한다. 그 섬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천도복숭아 하나만 먹어도 1년을 살수 있다고 한다. 보천교 신도들은 환상의 섬 가산도를 찾아 울릉도로 들어온 것이다.   

울릉도에 있던 보천교 교도들은 10여 명씩 모여 태을주를 외며, 앉은 자세에서 천장 쪽으로 훌쩍 훌쩍 뛰곤 했다고 한다. 한바탕 신나게 뛰고 나면 여자 신도들은 노래를 한가락 뽑았다.

간산도를 찾아가세. 간산도를 찾아가세. 간산도에서 불로장생하리라.’

힘겨운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개척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간산도(혹은 가산도)는 어디서 유래된 이름일까? 그것은 우산도(于山島)의 ‘于(우)’ 자를 ‘干(간)’으로 잘못 본데서 유래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울릉도에 들어간 이들은 울릉도가 자신들이 찾던 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울릉도는 현실의 섬이었지 환상의 섬은 아니었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환상의 섬인 가산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 다른 섬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이 찾은 섬은 독도였다. 보천교 신도들은 독도를 신비의 섬으로 승화시켜 독도에 가면 불로장생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개척 초기 낡고 작은 배로 무리하게 독도로 건너가려다 물귀신이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전라도에 근거를 둔 보천교에 가산도가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을까? 먼저 조선시대 독도를 순시한 관헌들을 따라온 수군(水軍)의 입을 통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순시선은 독도에 상륙은 하지 못하고 멀리서 독도를 바라보았을 것인데 바위에 누워있는 강치들이 그들의 눈에는 백발의 노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이 광경은 전라도에 전해졌고, 보천교도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리라.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우연히 이 섬에 들어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는 뱃사람들도 있었다. 안개에 쌓인 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신선으로 보이는 노인에게 받은 신비한 과일, 대나무 숲 등은 듣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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