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야기88] 발틱함대를 괴멸시킨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독도이야기88] 발틱함대를 괴멸시킨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독도이야기88] 발틱함대를 괴멸시킨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김성호 박사.jpg
김성호 박사

강철 군함을 가지고 사상 최초로 벌인 대규모 함대 전투는 바로 동해바다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해전(海戰)이다. 이 해전은 전쟁의 대세를 결정지었고, 함포와 어뢰 등 해상 무기의 성능 면에서 기술적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 전투로 평가받는다.

1905년 5월 27일~28일 일본 연합함대와 러시아 발틱함대가 일전을 겨룬 이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무적의 발틱함대 38척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로 달아난 것은 겨우 순양함 1척과 구축함 2척 뿐이었다. 연합함대가 격침시킨 군함은 모두 19척. 장병 5,000명이 전사하고 6,106명이 포로가 되었다. 일본 연합함대는 어뢰정 3척을 잃고 사상자 700명을 내는데 그쳤다.

해전 사상 그토록 완승을 기록한 전투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연합함대를 지휘한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1846~1934) 해군 총사령관은 군신(軍神)으로 추앙 받는다. 그는 1903년 10월부터 연합함대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악운에 강한 사나이’라는 평을 했다고 한다.

도고는 몸집이 장대하지는 않았으나 말수가 적고 차분하며, 대담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예하 지휘관의 권한과 재량을 존중했지만 훈련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특히 함포의 사격 기량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함대를 지휘했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의 전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고 제독은 ‘정(丁)자 전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은 한산대첩의 이순신 병법에서 배워간 것이다. 일본 와키자카기(脇坂記)에 ‘초승달모양으로 둘러쌌다’고 기록하고 있는 이순신의 전법! 바로 학익진이다. 이순신 병법은 메이지시대 일본 해군 창설과 함께 일본에서 활발하게 연구된 바 있다.

도고 제독은 스스로를 이순신의 제자라 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넬슨 제독에 비하는 것은 달게 받을 수 있으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우수한 군함과 용감한 군대, 충분한 군수보급을 받았으나 이순신 장군은 훨씬 더 나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신이 어찌 감히 이 제독의 우위에 서겠습니까. 이순신이 장군이라면 나는 하사관에 불과합니다.”

이순신의 전략과 전술을 철저히 연구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거북선과 학익진을 이용한 전법을 제대로 해독한 일본은 20세기 초 세계사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러일해전에서 승리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도고의 전술을 통해 접한 학익진의 원리를 연구해 독일을 제압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분쇄하는데 학익진을 응용했다. 하지만 서구의 해군은 도고 전술의 뿌리가 이순신 전술이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한다.

어쨌든 이순신으로부터 배운 전술로 무장한 일본 해군이 독도 앞바다에서 러시아 발틱함대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가? 일제시대에도 일본해군은 매년 한산도를 찾아 이순신 장군에게 진혼제를 올렸다.

독도이야기.jpg

헤럴드 미디어 ( herald_news@daum.net )

※ 저작권자 ⓒ 헤럴드 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 Comments
한 달간 많이 본 기사
1
민기식 부시장 주재 첫 면·동장 회의 민기식 부시장 주재 첫 면·동장 회의
2
거제시가족센터, 슈퍼비전 및 교육 진행 거제시가족센터, 슈퍼비전 및 교육 진행
3
찾아가는 면·동 현안청취 간담회 시작 찾아가는 면·동 현안청취 간담회 시작
4
환경의 날 맞이 폐가전 집중수거 성공적 환경의 날 맞이 폐가전 집중수거 성공적
5
반려동물 분양받고, 반려견 놀이터 이용하세요 반려동물 분양받고, 반려견 놀이터 이용하세요
칼럼/기고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