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찌돼가노] 거제와 카지노

이번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 거제를 먹여 살릴 관광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다. 거제 관광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면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관광이 아닌, 와서 먹고, 마시고, 숙박도 하는 관광으로 산업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카지노다. 카지노는 현재 전국에 17개나 있다. 이 중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는 강원랜드로 강원도 정선에 있다. 나머지 16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서울, 부산, 제주, 인천 등 웬만한 대도시 관광지에 산재해 있다.
카지노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카지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경제 효과가 있다. 관련 지역 경제의 발전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러나 카지노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지노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유흥주점, 담배, 술과 같은 죄악 산업(Sin Industry)이다. 그래서 미국 같은 나라들도 처음에는 전체 주 중에서 세 개 주에서만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그러다 카지노의 경제 효과가 알려지면서 점차 모든 주에서 합법화되었다. 지금은 유타주, 하와이주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에서 카지노가 합법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는 점차 합법화돼가는 추세다. 아시아에서도 많은 국가들이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싱가포르가 2010년도에 두 군데에 건설한 복합 리조트이다.
이것이 사실 현대 카지노의 트렌드다. 카지노라고 해서 카지노만 짓는 것이 아니라, 복합 리조트형 카지노를 말한다. 경기도 용인의 삼성 에버랜드 내부에도 카지노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그림이다. 리조트 안에 회의장, 병원, 워터파크, 동물원, 놀이시설, 호텔 등 이런 걸 다 집어넣고 그 안에서 카지노 시설까지 포함하면 말 그대로 여러 복합적인 기능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돈을 버는 그런 구조다. 싱가포르는 이런 복합 리조트 두 군데를 만들어서 엄청난 관광 소득을 올렸다. 싱가포르의 성공에 자극받아 일본,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기존 카지노가 주요 산업인 마카오까지 복합 리조트 붐이 일어났다. 모두 규모가 크고 엄청 화려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지노는 보통 신 인더스트리(Sin Industry, 죄악 산업)라고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2010년도에 두 군데 복합 리조트형 카지노를 운영해 본 결과, 카지노를 산업화하여 적절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규제와 관리만 잘하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성장 산업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 가끔 강원랜드 도박으로 폐가 망신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TV에 보도되곤 하듯이, 기성 언론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가령 범죄 현장에서 부엌칼이 범죄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해서 부엌칼이 나쁜 것일까? 모든 부엌칼을 불법화해서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할까? 사실 부엌칼은 죄가 없다. 그 부엌칼을 범죄 도구로 사용한 나쁜 인간이 문제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일 년에 수백만 명이 출입하는 강원랜드에서 소수점 이하의 아주 작은 퍼센트의 사람들이 문제다. 즉, 카지노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중독성이 높은 사람과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문제이며, 이런 극소수의 도박 중독자들은 출입 횟수 제한과 적절한 규제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최근 카지노를 건전한 오락 산업으로 만들어서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들이 거세다. 이런 주장에는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가 엄청난 국부의 해외 유출이다. 정확히 조사된 액수는 없지만, 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강원랜드의 1년 매출이 당시 1조 5,000억 원 정도였는데, 매년 이 강원랜드 매출액보다도 더 많은 돈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카지노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카지노형 복합 리조트를 2018년 7월에 허가했다.
국내 카지노 업계에서는 만약 이 일본의 복합 리조트가 정식 개장하면 현재 강원랜드는 매출의 절반이 줄고, 그 수요는 이웃 일본이나 대만으로 빠져나갈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차제에 카지노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흥주점, 담배 등의 다른 죄악 산업들처럼 제대로 관리하고 규제해서 적절하게 공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두 번째가 국내 현실에서 카지노가 제도적으로 추진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 사업으로 전국에 카지노형 복합 리조트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그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그리고 마산 로봇랜드와 장목 관광 단지를 묶어서 글로벌 테마파크를 추진하려고 했다. 카지노형 복합 리조트였다. 그런데 문체부 공모 사업에서 떨어졌고, 당시 홍준표 도지사는 이와 상관없이 민자로라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안 됐다. 이 사실만 봐도 우리 경남 쪽, 특히 장목을 포함한 거제 지역은 충분히 지리적으로나 주변 여건 측면에서도 복합 리조트의 성공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카지노와 관련한 법적 여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금 강원랜드만 내국인만 출입이 가능하게 했던 법적 근거는 관광진흥법상의 특례 조항이다. 이 특례 조항이 생긴 사유가 있다. 강원랜드 지역이 옛날에 탄광촌이었다.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많은 탄광이 폐광이 되면서 정선, 태백 등 탄광 도시들이 살기가 어려워졌다. 정부 정책으로 폐광이 된 이 지역들을 특별하게 지원해 주자는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폐광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특별법인 관광진흥법의 특례 조항을 만들어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생긴 것이다.
폐광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원칙적으로 10년만 유효한 한시법이다. 이 10년 단위 한시법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2005년에서 2015년까지 두 번째 연장 그리고 다시 세 번째로 2025년까지 연장이 돼 있는 상태다.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많이 바뀌다 보니 이 폐광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만료되는 2025년이 가까울수록 그 여건을 감안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대한 정부 정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카지노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됐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외국으로 카지노 여행을 가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의 복합 리조트가 한국에 올 수 있는 중국 관광객조차도 빼앗아 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여건들 때문에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2025년에 즈음하여 적어도 두세 곳 정도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허용될 것이라는 국내 관광업계의 바람과 예상들이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북 군산에서는 새만금 지원 특별법을 만들면서 실제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게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물론 강원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통과는 안 됐지만, 대외 여건의 변화 그리고 폐광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두세 군데 정도가 필요하다는 관광업계와 카지노 업계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차제에 우리 거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자는 의견이다. 왜냐하면 이미 2016년에 경상남도에서 장목에 복합 리조트를 검증했던 케이스도 있고, 거제의 관광을 산업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아이템으로 이 복합 리조트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남성 위주의 조선업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보니 양질의 여성 일자리가 거의 없다.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우리 거제에는 여성 대리운전자가 많다. 다른 일자리가 마땅한 게 없다는 뜻이다. 양질의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강한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서비스 산업인 카지노 산업이 우수하다. 당연히 카지노 관련 학과 같은 것도 거제대학에 만들어질 것이다. 카지노 일자리 외에도 복합 리조트 내의 호텔, 놀이동산, 워터파크, 컨벤션센터, 상가 등에 일자리가 있다. 그리고 주변 상권에 식당, 주유소, 콘도, 펜션들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거제가 이러한 준비 작업을 서둔다면 2025년을 전후로, 전국적으로 두세 군데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증설이란 여론이 정책이 될 것이다. 우리도 좀 더 유리한 국면에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는 조선 산업 위기 지원 특별법과 연관하여 언론에 기고한 적도 있다. 그 내용은 조선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들이 대부분 다 남해안의 연안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우리 거제를 포함해서 뭔가 다른 대체 산업이 필요한데, 약 두세 군데 정도의 카지노를 허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글이었다. 궁극적으로 입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의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를 하다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취지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겠지만, 노력 끝에 얻은 성공의 감동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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