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人事)유감(1)

검찰인사(人事)유감(1)

검찰인사(人事)유감(1)

진성진-변호사.jpg검사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버티는 직업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공안사범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하여 ‘불법이 아니라서 수용하지만 심히 부당하다’는 이유로 사임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임의 변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다. ‘검사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버티는 직업이다. 검찰총장으로서 조직내부의 신뢰를 잃었고, 총장은 내부의 신뢰를 읽으면 그 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자리이다.’ 필자는 검사출신 변호사로서 김총장의 처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것은 「대학교수의 학문의 자유」라는 보호막에 숨어 우리 현대사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언행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명백한 국가보안법위반 사범에 대하여, 더구나 같은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 있는 자에 대하여, 구속하겠다는 검찰의 의견을 정치인 출신 법무장관이 묵살하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라는 명목으로 서면으로 불구속 수사를 명한 것에 대하여 김총장은 사임으로 그 부당성을 온몸으로 알린 것이기 때문이다. 김총장의 이러한 언행은 검사의 최우선적 덕목인 ‘선과 악에 대한 분별심, 책임감, 균형감각’의 발로라 할 것이다.
 

부산검사장의 사임만류 및 격려의 변
필자가 검사직을 사임한 것은 김총장의 경우와 달리 오로지 인사가 안 풀렸기 때문이다. 필자는 창원지검에서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00년 8월 초순 부산지검으로 발령 받아 한 달도 채 못되어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부산지검장은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엄정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 검사장이다. 성격이 직선적인 S검사장은 ‘발령 받은 지 한달도 안되었는데 사표를 내는 이유가 뭐냐?’고 하여, ‘저는 앞으로 검사로서 비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6개월후엔 저희 기수가 부부장검사로 승진할 예정이고, 그로부터 얼마 안되어 단독지청장 인사가 있는데 저는 그간의 경력으로 보아 지청장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못 나가는 검사가 되느니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되기로 했습니다.’고 답했다. S검사장은 검찰의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1과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어 누구보다도 필자의 그간의 검사경력과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에 대하여 훤히 알고 있었을 터인데도, ‘진검사가 (검찰인사라는) 카드를 몇장 받아 보지도 못하고, 벌써 패가 안좋다고 패를 버려서야(사임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하면서 필자의 사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필자는 할 수 없이 사표를 총무과장에게 제출하고 그 다음날부터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S검사장은 ‘변호사가 되더라도 부장검사까지 해야 돈도 더 벌 수 있다’며 필자의 사의를 번복시키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결국 필자의 사표는 9월 초순경 수리되어 필자는 직전 근무처인 창원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였다. 그 후 변호사로서 S검사장에게 인사를 하러 갔더니 검사장은 금일봉을 주면서 ‘앞으로 진검사가 변호사로서 벌 돈에 비하면 태평양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겠지만 나의 성의니까 받아 달라’고 하였다. 필자의 아내는 아직도 이 금일봉을 보관하고 있다.
 

나름대로 순탄하다 한순간에 꼬인 인사(人事)
필자가 1989년 3월에 수원지검에 초임검사로 발령 받아 1996년 4월 독일 법무부 파견검사로 1년간 유학을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나름대로 ‘잘 나가는 검사’였다. 우선 필자는 임관된지 1년 만에 특수부 검사 보직을 받아 몇몇 사건을 인지(認知)하여 필자의 이름 석자가 중앙언론에도 몇 차례 난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두 번째 임지인 통영지청에서도 새로 생긴 수사과를 지휘하는 특별수사업무를 전담하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검사경력중 가장 중요하다는 세 번째 임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아 특수1, 2부 검사를 지냈으며, 나아가 독일유학시험에도 약 10대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하였다. 

그런데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이 유학시험에 합격한 것이 문제였다. 검사들이 유학을 가려고 경쟁하는 것은 유학이후의 좋은 보직을 받기 위한 것도 있다. 특히 독일 유학을 가는 것은 다음 임지가 「독일 통일과정에서 발생한 법률적 제반문제를 연구하여 남북통일문제를 대비」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부서인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자리를 예약 받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아니하였다. 필자는 독일 유학을 다녀와서 처음 있게될 인사에서 관례대로 법무부로 발령 받을 줄 알고 있었고, 후배 검사들로부터 ‘선배님, 법무부로 가게되면 잘 끌어 주십시요’라는 아부성(?) 인사도 미리 받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필자는 인천지검에 그대로 눌러 앉고, 필자의 바로 1기수 후배검사가 필자가 가기로 기대했던, 또 당시만 해도 누구나 그렇게 알고 있었던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간 것이다. 

그 후배는 필자와 같이 치른 1년간의 장기유학시험에서 떨어져 후에 6개월짜리 단기유학시험에 겨우 합격하여 필자보다도 뒤에 독일을 다녀와서, 필자와 인천지검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K검사였다. 그 인사에 대하여 필자뿐만 아니라 인천지검에 있던 모든 검사들이 납득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K검사는 필자에게 와서 ‘선배님의 자리를 저가 새치기 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고 했다. 필자는 눈물을 머금고 K검사에게 축하한다며 전별금을 주었다. 그 인사 이후 필자는 인사에서 물먹은 검사의 표본이 되었다. 독검회(獨檢會)라는 독일유학을 다녀온 검사들의 모임이 있다. 역대 독검회 회원중에 법무부에 근무해 보지 못한 유일한 검사가 필자가 아닌가 한다. 바로 그 사실이 필자를 괴롭혔고, 결국 필자는 더 이상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 사표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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