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미학’ 이자희 작가 초대전

‘하이브리드 미학’ 이자희 작가 초대전

‘하이브리드 미학’ 이자희 작가 초대전

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9월 15일부터 9월 24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5관에서 유경미술관의 233회 초대전인 이자희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자희의 작품은 동양 수묵의 여백과 서구 추상의 대담함, 민화의 원형성과 현대적 콜라주가 충돌하며 새로운 회화를 만들어낸다. 그의 화면에서 색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존재와 비존재, 생성과 해체의 철학적 언어다. 베냐민이 말한 ‘아우라’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듯, 그의 회화는 원초적 에너지와 현대적 사유가 공존하는 독창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자희의 화면은 하나의 거대한 사유의 장(場)이다. 단순히 ‘보는 그림’을 넘어, 걸음을 멈추는 순간부터 눈과 마음을 동시에 흔들며 동서양 미학과 현대철학이 교차하는 현장이 된다.

붉은 화면 위에 격렬히 겹쳐진 황소 시리즈. 불과 피를 닮은 강렬한 적색은 생명의 심장을 연상시키며, 흰색·청색의 역동적 드로잉은 들뢰즈가 말한 ‘되기-동물(becoming-animal)’을 환기한다. 이 작품에서 황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희생과 생성,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품은 존재다. 하이데거의 ‘죽음을 향한 존재’가 화면 위에서 생생히 드러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근원적 질문에 마주하게 한다.

수직의 붓질이 비처럼 내리는 푸른 화면 속 노란 점들의 반복은 한국 단색화와 미니멀리즘이 만나는 지점이다. 메를로-퐁티가 말한 ‘지각의 현상학’처럼 관객은 색과 리듬, 촉각적 울림 속에서 자신의 감각을 재발견한다. 반복되는 제스처가 불러오는 미묘한 차이는 데리다의 차연(différance)을 떠올리게 하며, 단순함 속에서 무한한 깊이와 시간의 흔적이 펼쳐진다.

닭이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날개를 활짝 편 작품은 민화적 색감과 원형적 상징이 어우러진다. 태양을 향한 닭의 비상은 생명력과 재생을 상징하며, 미르치아 엘리아데가 언급한 ‘영원회귀의 원형적 시간’을 불러낸다. 움베르토 에코의 ‘열린 작품’ 개념처럼 관객 각자가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는 해석의 장으로 확장된다.

헤럴드 미디어 ( herald_news@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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