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로 살아낸 작가, 현장을 기록하다

광부로 살아낸 작가, 현장을 기록하다

광부로 살아낸 작가, 현장을 기록하다

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7월 19일부터 7월 31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5관에서 유경미술관의 228회 초대전인 전제훈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하 수백 미터,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탄을 캐는 사람들. 거제 유경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28회 초대전 《전제훈 사진전》은 이러한 삶의 밑바닥 ― 그 막장(坑底)의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전제훈은 사진작가이자 현장 노동자다. 그는 실제로 갱도의 막장에서 석탄을 캐며 수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가장 깊은 곳에서 노동하는 이들의 얼굴을 기록해왔다. 대학에서 화공과를 졸업 후 정년까지 40년 광부로서 삶을 살았으며, 다시 탄광으로 재입사를 하였던 것은 소명이다. 작가로서 사라져 가는 탄광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된 사진들은 단지 장면의 재현이 아니라, 현장 속의 ‘존재’를 마주한 예술적 응시다. 작업복과 먼지, 거대한 방진 마스크 뒤에 감춰진 얼굴들 ― 그 눈빛은 고된 노동 너머로 깊은 자존과 연대의 흔적을 품고 있다.

전시 포스터 속 인물은 ‘선탄부(選炭婦)’로 불리는 여성 노동자다. 이들은 지하에서 캐올린 석탄 더미 속에서 석탄과 잡석을 일일이 손으로 가려내는 작업을 수행했다. 전제훈은 이 여성들을 보조 인력이 아닌 ‘지상 막장’의 주역으로 조명한다. 갱도 속 남성 광부들과 작업에 투입된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초상까지, 산업화 시대를 지탱해온 노동의 실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가 갖는 미술사적 의미는 두 가지 축에서 해석된다. 첫째, ‘선탄부’라는 단어 자체가 잊혀진 언어가 되어가는 지금, 전제훈은 이 용어에 생생한 삶의 무게를 다시 실어준다. 여성 노동자의 얼굴을 중심에 배치한 사진은 단지 기록을 넘어, 보이지 않던 역사의 복원을 시도한다. 둘째, 이 전시는 산업 노동 현장을 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얼룩진 얼굴, 검댕이 스며든 눈가, 묵직한 마스크는 고단함의 상징이 아니라, 생존의 존엄이자 묵묵한 저항의 언어다.

거제 유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록 예술’로서 사진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는 단순한 다큐멘터리적 사실주의가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고 그 본질을 통찰하는 예술로서의 사진을 지향하는 방향성과 맞닿는다. 작가의 사진은 흑백의 강렬한 명암으로 인물의 표정을 더욱 부각시키며, 현실의 무게와 예술적 미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전시는 금보성아트센터, 해금강테마박물관의 공동 기획으로, 한국 현대사진이 사회적 서사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예술가가 기록자가 될 수 있고, 기록자가 노동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한 장이 문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면, 그건 그 속에 삶이 있기 때문이다. 전제훈의 사진은 시대의 기록이자, 노동과 인간의 존엄을 비추는 ‘빛 없는 갱도의 등불’과 같다. 막장에 내리쬐는 한 줄기 카메라 플래시는, 그 어떤 조명보다 뜨겁고 인간적이다.

전시에 관한 문의 사항 및 자세한 내용은 정현서 학예사(055-632-0670) 또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헤럴드 미디어 ( herald_news@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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